성미산마을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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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 안녕하세요? 제 적립금으로 미숫가루 아이스크림 한 그루 주세요.”
오후 3시, 마을 꿈터에 택견 하러 가던 아이들이 속속 간식을 먹으러 들른다.
성미산마을이 낯선 분들을 위해 각주를 달면 이렇다. ‘미소’는 작은나무 매니저 별명이고, ‘적립금’이란 부모들이 작은나무에 적립해 두는 아이들 간식비이며, ‘한 그루’는 작은나무에서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세는 단위이다.

 
이렇게 마을 카페 작은나무는 여느 카페와는 사뭇 다르다.
손수 만든 유기농 아이스크림부터 공정무역 커피, 맥주에 이르기까지 메뉴의 종류가 많고 손님 층 또한 다양해서 유모차 탄 아기부터 그 유모차를 밀고 오시는 할아버지, 직장인, 아줌마들, 중학생들과 선생님, 회의하는 사람들까지 언뜻 보기엔 마을회관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은나무가 특색이 있는 것은 사장님이 많다는 것이다.

 
작은나무는 120여 명의 마을 사람들과 마을의 여러 기관들이 출자를 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곳이다. 일하는 사람들도 마을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만 이용하는 공간은 아니다. 성미산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이 작은나무에서 마을을 안내받는다. 집을 구하기도 하고 어린이집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마을 안팎의 소식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데가 바로 작은나무다. 마을 카페라고 메뉴의 질이 떨어진다 생각하면 오해다. 유기농 재료를 쓰고 정성을 다해 만들기 때문에 별 기대 하지 않고 들어오셨던 손님들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또한 이곳은 사람들이 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성미산 지키기에 집중하느라 쉬고 있지만 음악회도 100회를 훌쩍 넘겼다. 오카리나 연주, 사연이 있는 음악다방, 가족음악회 등 기획도 다채롭다. 좋아하는 시나 자신이 쓴 시를 들고 나와 함께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이 마을 배움터에서 다진 솜씨를 펼치는 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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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마을 사람들 어린 시절 사진전’이 인기가 퍽 좋았다. 지금은 성미산마을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들과, 성미산의 잘려진 아까시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때로는 일요특강을 열거나 화분을 함께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을 한 사람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게 아니다. 사장님이 150명이 넘으니 아이디어가 끊이질 않는다.

좋은 재료를 쓰되 문턱은 낮아야 하니 별로 이문이 남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적자가 나면 새로운 사장님이 생겨 한숨 돌린다. 실무자들이 살림을 알뜰히 해서 이윤이 생기면 마을로 환원한다. 성미산 마을극장이나 성미산 밥상처럼 새로 꾸려지는 마을기업에 출자를 하거나 지역의 봉사단체에 다달이 후원금을 보낸다.

 
누군가 돈도 안 되고 일만 많은 마을 카페 운영위원장 노릇을 왜 하냐고 묻는다. 즐겁다고 답한다. 작은나무가 마을 어귀에 떡하니 서 있는 게 좋고,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하고, 꼼지락거리며 재미난 일을 꾸며 보는 것이 즐겁다. 이 즐거움이 다른 마을로 퍼져 대한민국 곳곳에 이런 마을 사랑방이 생겨났으면 하는 것이 작은나무가 꾸는 꿈이다. 여러 사장님들의 의기투합을 고대해 본다.
 
연두/작은나무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