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 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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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그 겨울 가장 추웠던 날. 서울시가 성미산 정상부의 나무를 삽시간에 베어버리자 산은 순식간에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그날 저녁 긴급하게 모인 주민들은 만장일치로 텐트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거의 8개월 동안 기나긴 농성이 이어졌다.

2003년에 이어 올해도 성미산은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 6월 가장 무더웠던 날. 성미산 중턱에 포크레인이 올라와 나무를 쓰러뜨리고 작업로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성미산으로 뛰어가 포크레인을 몸으로 막아 산 아래로 내려보내고 훼손된 그곳에 바로 농성텐트를 설치했다. 농성텐트를 밤낮으로 지키며 건설사 인부들의 벌목, 포크레인이 산 훼손하는 것을 막았다. 마을의 각 단체들이 당번을 정해 농성장을 지키는데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산으로 올라오라는 긴급 문자가 전달되고 삽시간에 수십 명이 모여 산 훼손을 막는다. 농성 120일 넘어선 현재 성미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2003년도엔 서울시를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면, 올해는 사학재단인 홍익재단과의 싸움이다. 솔직히 10배는 더 어렵고 힘들다. 유난히 더운 여름, 일사병이 걸릴 정도로 고생하면서 인부들을 따라다니며 읍소하고 나무를 껴안고 포크레인을 몸으로 막았으며, 인부들과의 감정싸움, 몸싸움 등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매일같이 성미산에서 토목공사 직원들과 나무를 둘러싼 실랑이를 하고 나면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 우린 왜 산을 지키려 악착같이 나설까? 나무가 한 그루씩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가슴 한구석이 기계톱으로 후벼 파이는 아픔을 느끼지만, 또 한 측면으론 성미산마을의 일각이 무너지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밀려온다. 내가 살던 고향의 뒷산이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진다는 느낌이랄까? 애초에 주인이 없었던 산에 언제부터 주인이 생겼는지는 살펴보지 않았지만, 그곳의 생명까지 소유하여 마음대로 처분하려 드는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엔 그저 말이 막힐 뿐이다.


홍익부속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현재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려는 홍익재단의 마음이야 당연히 존중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방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나는 홍익재단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혹시라도 홍익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미워할까 봐 그게 더 두렵다. 아무쪼록 ‘다자간회의’에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해결책을 함께 진지하게 모색했으면 한다.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웅이/성미산주민대책위 위원장